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 누상에 나가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다.
메이저리그 데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김혜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출루 중심의 다재다능한 내야수로서 빠르게 팀 내 입지를 다져가는 모습이다.
지난 8일(한국시간)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서 김혜성은 8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의 알찬 활약을 펼쳤다. 7회에는 적시타로 팀의 대거 6득점 빅이닝을 이끌었고, 8회에도 안타를 추가하며 3경기 연속 안타와 함께 ML 커리어 두 번째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현재 타율 0.417(12타수 5안타)에 OPS 0.834를 기록 중인 그는 데뷔 초반임에도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 후 다저스 중계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김혜성은 아직 빅리그 생활이 편하진 않지만, 첫날보다는 나아졌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팀에서 알려준 대로 타격 자세를 바꾸고 훈련한 결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혜성은 스프링캠프 당시 타격폼 수정요구를 적극 수용했다. 시범경기에서는 다소 부진했으나, 트리플A에서 꾸준히 기량을 다듬어 타율 0.252에 5홈런, 19타점을 기록했고, 마침내 5월 4일 다저스의 콜업을 받아 ML 무대에 데뷔했다.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 팀도 내게 그걸 바라지 않는다. 나는 출루에 신경 쓰는 선수다.라고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김혜성은 타석에서의 접근법뿐 아니라 주루와 수비 포지션 적응에도 탁월한 감각을 보이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경기 중 2루수로 이동해 안정된 수비를 선보였다.
김혜성은 빅리그가 처음이라 모르는 게 많지만, 팀 동료들이 먼저 다가와 친절하게 알려준다고 말했는데, 이날도 베테랑 미겔 로하스가 수비 조언을 전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혜성은 이러한 팀 분위기를 팀문화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역시 김혜성의 활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정말 인상적이다. 김혜성은 독특한 타격 스타일과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팀에 부족했던 스피드와 역동성을 더해주고 있다며 내일 경기에서도 그를 선발로 기용할 것이라고 4연속 선발 출장을 예고했다.
다저스는 9일부터 애리조나와 원정 4연전에 돌입한다. 김혜성의 이름은 그곳에서도 다시 한번 선발 라인업에 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