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잠실 홈런이 역전 만루홈런이라니.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1차지명 특급 내야수 이재현이 고향 서울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썼다.
대수비 투입에서 역전 영웅으로
이재현은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2차전에 교체 출전해 역전 결승 만루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선발에서 제외된 이재현은 1-3으로 뒤진 8회말 1사 1·2루 위기에서 3루수 전병우의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재현이 주 포지션인 유격수로 이동하면서 기존 유격수였던 김영웅이 3루수를 맡았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극적 홈런
삼성은 1-3으로 끌려가던 9회초 인후통에 걸린 김택연을 대신해 나온 최지강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선두타자 르윈 디아즈 구자욱이 연속 안타를 친 뒤 김영웅이 볼넷을 골라내며 무사 만루 밥상을 차렸다. 이어 대타 박승규가 바뀐 투수 베테랑 좌완 고효준을 상대로 6구 끝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2-3 1점차 추격을 가했다.
계속된 무사 만루 기회에서 삼성을 구한 영웅이 등장했다. 바로 대수비 투입된 이재현이었다. 이재현은 바뀐 투수 박신지를 만나 2B-1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뒤 4구째 몸쪽 높은 슬라이더(134km)를 제대로 받아쳐 비거리 115m 좌월 역전 만루홈런을 쳤다.
한 달 만의 8번째 홈런
6월 1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이후 약 한 달 만에 나온 시즌 8번째 홈런이었다. 역전 드라마의 마침표를 찍는 결승타를 때려낸 순간이었다.
코치의 조언이 적중
경기 후 만난 이재현은 투수가 바뀌고 나서 이진영 코치님이 가까운 쪽의 코스를 노리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내가 생각할 때도 그게 맞는 거 같아서 그것만 생각하고 들어갔다라며 잠실에서 홈런을 쳐본 적이 없어서 타구가 맞았을 때 일단 점수는 날 거 같았는데 외야수가 멈추는 걸 보고 홈런을 직감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구자욱이 손가락으로 축하
이재현의 말대로 이재현은 2022년 삼성 1차지명으로 프로에 입성한 뒤 투수 친화적인 잠실구장과는 홈런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런데 이날 극적인 순간에 마침내 잠실 첫 홈런이 터졌고 구자욱이 손가락으로 1을 표현하며 후배의 생애 첫 잠실구장 홈런을 축하했다.
이재현은 홈 들어올 때 (구)자욱이 형이 손가락으로 1을 표현해서 아 드디어 내가 잠실에서 홈런을 하나 쳤구나 싶었다. 자욱이 형이 그 동안 맨날 잠실에서 홈런을 쳐봤냐고 놀렸다라고 웃으며 그 동안 못 쳤던 게 오늘 한 번에 나온 거 같다. 이제 형도 안 놀릴 거 같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통산 3번째 만루홈런
이재현은 이날 개인 통산 3번째 만루홈런을 맛봤다. 첫 만루홈런은 2023년 4월 14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0-2로 뒤진 2회말 때려냈고 두 번째 만루홈런은 지난달 1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3-0으로 앞선 8회초 터졌다.
이재현은 앞서 2개 친 만루홈런이 다 기억 나는데 오늘 친 게 제일 좋은 거 같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형들 따라다니며 열심히
극적인 만루홈런으로 위기의 팀을 구해낸 이재현에게 끝으로 남은 시즌 목표를 물었다. 그는 매 경기 이기려고 하고 있다. 형들 선배님들이 잘 이끌어주시는데 난 어린 축에 속하니까 형들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뛰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대수비로 투입된 상황에서 팀을 구한 극적인 홈런을 친 이재현의 모습은 팬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