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쿠에바스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KT 위즈는 여전히 그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고 있다. 단순한 성적을 넘어선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42일째 승리 없는 긴 터널
쿠에바스는 올 시즌 14경기에서 2승 7패, 평균자책점 6.17이라는 참담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마지막 승리가 4월 29일 롯데전이니 42일째 승리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 기간 동안 6실점 이상을 허용한 경기만 4차례에 달한다.
월별 성적 추이를 보면 부진의 심각성이 더욱 드러난다. 3월까지는 평균자책점 3.95로 선방했지만, 4월 5.33, 5월 8.25로 급격히 상승했다. 6월 들어서도 2경기 평균자책점이 6.52에 달해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주무기 슬라이더의 위력 상실
쿠에바스 부진의 핵심은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위력 하락이다. 지난 시즌 24.1의 구종 가치를 기록하며 리그 상위권 수준이었던 슬라이더가 올 시즌에는 3.0에 그치고 있다. 예리했던 변화구가 더 이상 타자들을 속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KT 역사와 함께한 특별한 의미
그럼에도 KT가 쿠에바스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가 단순한 외국인 선수가 아닌 KT 역사의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KT 구단 관계자는 쿠에바스는 KT의 모든 굵직한 순간을 함께했다. 창단 첫 통합우승과 지난해 와일드카드 최초 업셋까지, 구단의 역사적 순간마다 마운드 중심에 있었다며 선수단, 코치진, 프런트 모두 끝까지 그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본인도 아는 절실함, 밤늦은 개인 훈련
쿠에바스 본인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최근 꾸준히 야간 개인 훈련을 진행하며 제구력과 투구 감각 회복에 매진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쿠에바스는 야구에 진심인 선수다. 밤늦게까지 혼자 남아 그물망에 공을 던지는 모습을 자주 본다. 본인도 반등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실적인 시간 제약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KT는 주축 선수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현재 리그 5위를 유지하며 3위 롯데와 단 1경기 차를 두고 있다. 상위권 도약을 위해서는 외국인 선발의 안정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다.
쿠에바스가 살아나야 KT도 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구단의 신뢰와 선수 본인의 노력이 맞물려 반등의 실마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