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공격이었고 2아웃이었다. 뒤가 없다고 생각하고 부담 없이 쳤다. 큰 게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
한화 이글스의 베테랑 채은성(35)이 위기의 순간 터뜨린 결승 투런 홈런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1·2위 맞대결이라는 중요한 경기에서 연장 11회초 극적인 한 방으로 승부를 결정지은 순간이었다.
채은성은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5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안타가 단 하나였지만, 그것이 바로 팀을 승리로 이끈 결승 홈런이었다.
이날 경기는 1·2위 맞대결답게 치열했다. 2만3000여 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 앞에서 한화와 LG는 숨 막히는 접전을 펼쳤다. 한화는 3회초 상대 선발 코엔 윈을 잘 공략해 4점을 뽑으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LG도 만만치 않았다. 김현수와 이영빈의 홈런으로 추격에 나섰고, 7회말에는 한화의 아쉬운 수비 실수로 무사 2,3루 기회를 잡았다. 이후 박해민의 빗맞은 안타로 4-4 동점을 만들어내며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승부는 연장 11회초에 갈렸다. 2사 1루, 채은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나오면 한화의 공격이 끝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채은성은 LG의 박명근이 던진 시속 144km 속구를 정확히 포착해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흥미롭게도 채은성은 이날 경기 전까지 박명근을 상대로 6타석에서 한 번도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런 상대를 향해 결정적인 순간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이런 통계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자가 있는 상황이었고, 상대 퀵도 빨랐다. 그래서 준비를 빨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많이 만난 것 같지는 않다. 서로를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담담하게 웃었다.
만약 이 경기를 졌다면 한화에게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1·2위 맞대결에서 연패를 당하며 경기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던 순간, 채은성의 결승타가 팀을 구해냈다. 덕분에 한화는 주중 3연전에서 1승1패를 기록하며 LG를 다시 바짝 추격할 수 있게 됐다.
35세 베테랑의 경험과 침착함이 빛난 순간이었다. 부담 없이 쳤다는 그의 말처럼, 때로는 욕심을 버리고 자연스럽게 임할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