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는 풋볼(Football)과 사커(Soccer)라는 단어 속에서 존재하는 문화적 거리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무대다. 최근 손흥민이 LA FC에 합류하면서 국내 팬들의 관심이 쏠린 MLS는, 겉으로는 유럽과 비슷한 연고지 기반의 리그 형태를 띠지만 운영 방식과 철학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모든 구단 유니폼, 하나의 브랜드로 통일
MLS 소속 동·서부 컨퍼런스 30개 구단은 모두 독일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제작한 유니폼을 착용한다. 리그 출범 초기에는 각 구단이 개별적으로 스폰서 계약을 맺었지만, 2004년부터 사무국 차원의 통합 계약이 이루어졌다. 흥미롭게도 경쟁 브랜드 나이키 본사가 위치한 포틀랜드를 연고로 하는 팀버스마저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는다. 이는 구단 단위가 아닌 리그 차원에서 유니폼 계약을 진행하는 통합 마케팅 구조 덕분이다.
이 같은 방식은 MLS만의 특징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NFL, NBA, NHL 등 미국 주요 프로스포츠 리그에서도 전 구단이 하나의 스폰서와 계약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중국 슈퍼리그 역시 이를 참고해 모든 팀이 나이키 유니폼을 착용한다. K리그에서도 과거 비슷한 논의가 있었으나 실행에는 옮겨지지 않았다.
사무국 직영의 프랜차이즈 구조
MLS는 유럽식 클럽 연합체라기보다 사무국 직영의 프랜차이즈 성격이 강하다. 각 구단에는 구단주와 투자자가 있지만, 선수 영입, 중계권, 스폰서 계약까지 모두 사무국의 관리·통제를 받는다. 사무국이 벌어들인 수익은 각 구단에 균등하게 분배되며, 이는 성적과 관중 수입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EPL과는 대조적이다.
샐러리캡 제도
MLS의 대표적인 운영 방식 중 하나는 샐러리캡 제도다. 구단별 연봉 총액은 520만 달러(약 72억 원)로 제한되며, 지정선수 3명에게만 상한선 예외를 허용한다. 다만 이 지정선수도 장부상 최대 65만 달러(약 9억 원)까지만 계산된다. LA FC의 손흥민처럼 실제로는 1,200만 달러(약 166억 원)를 받더라도, 리그 공식 장부에는 65만 달러로 기록된다.
선수 수급 방식
MLS는 유럽식 유스 시스템과 함께 미국만의 슈퍼 드래프트 제도를 운영한다. 매년 1월, 대학 선수들을 대상으로 각 구단이 순번에 따라 선수를 지명하는 방식이다. 또한 홈 그로운 제도를 통해 자국 출신 유망주를 보호하고, 로스터 내 포함을 장려한다.
균등 경쟁의 장점과 한계
이 같은 구조는 모든 구단이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만들어 매년 새로운 우승팀이 나올 가능성을 높인다. 연봉 하한선(5만 3천 달러, 약 7,300만 원)과 선수 노조와의 단체 협약을 통한 복지 보장도 장점이다. 다만 자본력과 스타 파워를 기반으로 한 ‘빅클럽’이 존재하지 않아 국제 무대 경쟁력에서는 한계를 보인다.
실제로 멕시코 리가 MX 구단들은 리그스컵과 CONCACAF 챔피언스리그에서 MLS 구단을 상대로 꾸준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LS는 미국식 프로스포츠의 철학과 균등 발전 모델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손흥민 이적이 가져온 관심
손흥민의 LA FC 합류로 국내 팬들은 MLS라는 새로운 리그 환경을 접하게 됐다. 이는 단순한 선수 이적 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MLS를 통해 우리는 프로스포츠 왕국 미국이 어떻게 리그를 운영하고, 균등 경쟁과 수익 구조를 유지하는지 생생히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