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한일전 3연패 사상 초유의 굴욕
일본 3군에 또 패배한 한국, 우승컵 놓치며 자존심도 잃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3차전에서 숙적 일본에게 0-1로 패하며 우승컵 탈환에 실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과의 최근 A매치에서 3연패를 당하며, 한일전 역사상 초유의 굴욕적인 기록을 남겼다.
이번 대회는 FIFA가 의무 차출을 강제하지 않는 대회로, 유럽파 선수들이 대부분 제외된 국내파 위주의 평가전 성격이 짙었다. 그럼에도 한국은 K리그의 핵심 선수들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고, 홈에서 열리는 결승전이라는 점에서 일본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오히려 젊은 선수 위주의 ‘3군’에 가까운 멤버로 나서고도 한국을 완벽히 제압했다. 일본은 대회 전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며 3전 전승으로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2연패를 완성했다.
대회 분위기 냉담 결승 한일전만 예외
EAFF E-1 챔피언십은 국내 축구 팬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 한국은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4,426명의 관중만을 동원했고, 주말에 열린 홍콩전도 5,521명에 그쳤다. 평일 경기와 더불어 35도를 웃도는 무더위, 용인 미르 스타디움의 열악한 교통 접근성 등이 흥행 실패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한일전만큼은 달랐다. 7월 15일 결승전에는 비가 그치고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며, 총 18,418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는 이번 대회 최다 관중 수였고, 3만 7천명을 수용하는 용인 미르 스타디움의 절반 가까운 수치였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일본 원정 응원단의 규모와 열기였다. 수백 명 규모의 일본 응원단 ‘울트라 니뽄’이 조직적인 응원을 펼쳤고, 경기장 내에서 파란색 깃발과 일장기를 흔들며 “니뽄”을 연호했다. 오히려 한국의 대표 응원단 ‘붉은악마’보다 규모가 작고 응원 열기도 뒤쳐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전력 구성의 차이, 변명 불가한 경기력
이번 한일전에서 한국은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유럽파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K리그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수비라인은 월드컵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선수들로 구성됐지만, 일본의 날카로운 역습과 조직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일본 역시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진 상태였지만, 세밀한 패스 플레이와 조직적인 수비 전술로 한국을 압도했다. 결정적인 한 방으로 승부를 갈랐고, 한국은 전반 내내 유효 슈팅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중국 매체 즈보닷컴의 마오위안 기자는 경기 후 “한국은 홈에서 일본의 3군에게 패했다”며 “한국 축구가 일본에 전반적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경기였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일본에게 A매치 3연패를 당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며, 중국이 이번 대회 3위를 한 것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흔들리는 홍명보호, 리더십 시험대에 오르다
한국은 여전히 동아시안컵 역대 최다 우승국(5회)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2개 대회 연속 일본에 우승컵을 내주면서 대표팀의 장기적인 전력 운영과 감독의 리더십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20년 이후 일본과의 A매치에서 연패를 이어가고 있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일본이 젊은 선수 중심으로 세대 교체를 빠르게 진행하는 동안, 한국은 여전히 K리그 중심의 경기 운영과 변화 없는 전술로 고전하는 모양새다.
대표팀은 앞으로 열릴 월드컵 예선과 아시안컵 등 주요 국제 대회를 앞두고 뼈아픈 반성과 전략 수정을 요구받고 있다. 단순한 전력 공백이 아닌, 대표팀 전체의 경쟁력 저하와 세대 교체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