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토종 에이스 임찬규(33)가 지난 경기 부진을 말끔히 털어내며 시즌 8승째를 달성했다. 볼 배합에 변화를 준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임찬규는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안타 2볼넷 7삼진 1실점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이 활약에 힘입어 LG는 1·2위 맞대결 1차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올시즌 임찬규는 이날 경기까지 11경기 등판해 8승1패, 평균자책점 2.43을 기록 중이다. LG 선발진 중 가장 많은 승리와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자랑하며 토종 에이스를 넘어 사실상 1선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직전 경기에서는 부진했다.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4.2이닝 11안타 2볼넷 1삼진 5실점으로 흔들렸다. 올시즌 임찬규가 5이닝을 넘기지 못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자칫 분위기가 처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임찬규는 완벽한 반등을 보여줬다.
임찬규는 롯데전과 다른 볼 배합으로 한화를 상대했다고 밝혔다. 맞는 날도 있고, 잘 던지는 날도 있는 거다. 지난 경기 부진을 크게 의식 안 했다. 그런데 볼 배합을 조금 읽힌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몸쪽 속구와 체인지업 비중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1일 경기에서 임찬규는 슬라이더를 26개로 가장 많이 던졌다. 하지만 이날 한화전에서는 속구를 41개 던지고 슬라이더는 16개로 줄였다. 대신 체인지업을 결정적인 순간에 자주 사용하는 전략적 변화를 꾀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상대 타이밍을 뺏는 절묘한 변화구가 날카로운 제구와 만나면서 롯데전에서 1개에 그쳤던 삼진이 이날은 7개까지 늘어났다.
임찬규는 투구뿐만 아니라 주루 저지에서도 빛났다. 7회초 1루에 나간 이진영을 견제로 잡아내는 장면이 백미였다. 한 번은 꼭 잡고 싶었다. 그러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한 번 더 강한 견제를 들어가서 그냥 묶어놓으려고 했다. 이후 더블플레이를 위한 땅볼을 유도하고 싶었다. 그런데 딱 잡아서 분위기가 넘어왔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경기 연속 호투는 있을지언정, 2경기 연속 부진은 없다는 것을 증명한 임찬규. 지난 경기 부진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보완해서 보여준 이날의 투구는 그가 이제 LG의 진정한 에이스임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