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는 애착이 가는 포지션이다. 팀 사정상 다른 자리로 갈 수도 있다. 인정할 것은 해야 한다.
13년 전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던 한화 하주석(31)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한번 도전하고 있다. 한때 야수임에도 계약금 3억원을 받으며 리그 최고 유격수가 될 것이라 기대받았던 그는 이제 겸손한 마음으로 팀에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올시즌 하주석은 16경기 출전해 타율 0.293, 4타점, OPS 0.746을 기록 중이다. 심우준의 부상으로 생긴 공백을 확실히 메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3일 대전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는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그 중 하나는 2루타였고, 나머지 하나는 동점을 만드는 적시타였다. 18일 SSG전 이후 6일 만의 멀티히트로, 5월 들어 9경기에서 타율 0.304를 기록하는 등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하주석은 울산 NC전 때 잘 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강하게 치려다 스윙이 커졌다. 오늘은 경기 전 훈련 때부터 힘 빼고, 가볍게 치려고 했다. 그게 경기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변화된 마음가짐을 설명했다.
그의 2025시즌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가 됐지만 불러주는 팀이 없어 결국 한화와 1년 총액 1억1000만원이라는 파격적으로 낮은 조건으로 재계약해야 했다. 스프링캠프도 2군에서 시작했고, 개막 후에도 1군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4월 8일 처음 1군에 올라왔다가 4월 25일 말소됐고, 지난 13일에야 다시 올라오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주석은 2군에서 시작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자는 생각만 했다. 1군에 왔다가 다시 내려갈 때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빨리 리프레시하려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가장 큰 변화는 마음가짐이다. 여전히 유격수로 뛰고 싶지만 집착은 버렸다. 작년까지는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그랬다. 올해는 아니다. 더 내려놓으려 한다. 다른 포지션이 굉장히 어렵더라. 안 하던 자리라 그런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한때 최고 유망주이자 주장까지 맡았던 과거는 이제 추억이 됐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방망이가 살아났고, 원래 잘하던 수비 실력과 함께 팀에 꼭 필요한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하주석의 부활은 한화 유격수 뎁스를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지며, 팀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