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시절 유럽 축구의 전설로 군림했던 안드레아 피를로가 지도자로서는 이례적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 A 정상급 미드필더였던 그는 이제 아랍에미리트(UAE) 2부 리그 소속 유나이티드FC의 감독직에 올랐다.
피를로, UAE 유나이티드FC 감독 부임
유나이티드FC는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피를로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구단 발표문에 따르면 피를로는 독보적인 축구 비전과 경험을 갖춘 지도자이며, 그의 합류로 구단은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화려한 소개와는 다르게, 이번 선임은 피를로에게 있어서 사실상 지도자 경력의 ‘재출발’을 의미한다.
지도자로선 내리막 3차례 경질의 굴욕
피를로는 2020년 유벤투스 U-23 팀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고, 곧이어 유벤투스 1군 지휘봉을 잡았다. 데뷔 시즌엔 코파 이탈리아, 수페르코파 이탈리아 우승을 차지했지만 리그에서는 4위에 그쳤다. 결국 유벤투스는 1년 만에 그를 경질했다.
이후 튀르키예 파티흐 카라귐뤼크로 자리를 옮겼으나 단 1시즌 만에 팀을 7위로 마무리하며 재차 경질됐다. 이탈리아로 돌아와 삼프도리아를 맡았으나 극심한 부진 끝에 경질됐고, 구단은 피를로가 떠난 후 세리에 C로 강등되는 굴욕까지 겪었다.
피를로, 지도자 커리어 재기할 수 있을까
UAE 2부 리그는 유럽 무대에서 활약했던 지도자들이 커리어를 다시 쌓는 시험 무대가 되곤 한다. 피를로의 이번 유나이티드FC 부임은 그가 지도자로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시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간의 부진과 잦은 경질로 인해 유럽 주요 구단의 신뢰는 바닥을 친 상황이다. 이번 도전이 실패할 경우, 피를로의 지도자 커리어는 더 이상 회복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피를로 최근 지도자 커리어 일지
- 2020-2021: 유벤투스 1군 감독 (코파 이탈리아, 수페르코파 우승 후 경질)
- 2022-2023: 파티흐 카라귐뤼크 감독 (7위, 경질)
- 2023-2024: 삼프도리아 감독 (세리에 B 중도 경질)
- 2025: UAE 유나이티드FC 감독 부임
이제 피를로는 유럽이 아닌 중동에서 명예 회복에 나선다. 그는 자신이 단지 과거의 스타였던 인물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지도자 커리어는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깊은 수렁에 빠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