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마저 서울을 떠나는 현실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K리그 양보·배려 없이 레전드도 없다

Date:

한국 축구를 대표하던 미드필더 기성용이 FC서울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마저 팀을 떠나게 되면서 K리그에서 레전드를 만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성용과 서울의 부자연스러운 이별

기성용과 서울의 결별은 K리그를 넘어 한국 축구 전체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기성용은 서울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10대 시절 데뷔해 유럽을 거쳐 복귀하기까지 기성용과 서울은 늘 함께였다. 게다가 30대 후반을 향해 가는 노장이 은퇴를 앞두고 팀을 옮기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다.

서울의 경우 단순히 기성용 케이스만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박주영 이청용 오스마르 데얀 등이 찝찝하게 결별해 이번 사건을 통해 팬심이 더 분노한 경향이 있다.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이별을 기대하는 팬 입장에서는 같은 일을 반복하는 구단에 화가 날 만하다.

사라진 원클럽맨의 낭만

과거엔 원클럽맨이라 불리며 낭만을 간직한 채 팀을 떠나는 스타가 적지 않았다. 당장 서울의 김기동 감독만 해도 2012년 불혹의 나이에 포항에서 레전드 대우를 받으며 은퇴했다. 최근엔 사례를 찾기 어렵다. 전북 현대 최철순 정도가 유일하다. 대부분의 선수가 한 팀에 머물지 않고 자주 적을 옮긴다.

승강제 후 생존 중심의 현실

승강제 출범 후 구단은 생존이 걸린 극한 환경에 내몰렸다. 자연스럽게 효율을 중요하게 여긴다. 구단은 이름값 있는 베테랑이 바로 이 지점에서 매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다. 비교적 많은 연봉을 받기 때문에 구단이나 지도자는 대체자가 충분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보통 이름값 있는 스타는 연봉을 보전해주는 팀이 나오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새 팀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세계적 추세와 다른 기성용의 특수성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당장 손흥민만 해도 토트넘 홋스퍼를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맨체스터 시티 대표 스타 케빈 더브라위너도 나폴리로 이적했다. 프란체스코 토티가 숱한 러브콜을 뒤로하고 AS로마에 남아 은퇴했던 시절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낭만을 찾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기성용의 경우 상황은 조금 다르다. 돈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시즌 도중에 팀을 옮기는 특이한 사례다. 김기동 감독 체제에서 입지가 좁아졌다고 판단한 기성용의 선택이 이적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이 잃은 소중한 자산

이 한 번의 선택으로 서울은 레전드라 부를 만한 대형 선수와 결별했다. 기성용은 이제 서울보다 포항에서 은퇴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가 됐다. 서울은 구단의 소중한 자산을 잃은 셈이다. 박주영만 해도 서울이 아닌 울산HD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양보와 배려 속에서 탄생하는 레전드

레전드는 양보와 배려 속에서 탄생한다. 포항에서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던 김기동 감독조차 당시 지도자와 구단의 배려가 있었기에 박수받으며 은퇴했다. 오로지 혼자만의 능력으로 만든 피날레가 아니었다.

자존심을 조금 내려놓는 선수의 양보 스타로 군림했던 베테랑을 배려하는 지도자의 마음 프랜차이즈 스타와의 동행을 중요한 가치로 내거는 구단의 행보가 합쳐져야 팬이 그토록 열망하는 레전드 서사가 완성된다.

구단과 지도자의 노력 필요

K리그 한 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기성용 이적의 경우 누구 하나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라면서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간극을 좁히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K리그의 역사와 스토리를 생각할 때 레전드를 만들기 위한 구단과 지도자의 노력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기성용의 이적은 단순한 선수 이동을 넘어 K리그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구독하기
spot_img

인기 게시글

더 많은 정보
Related

오버/언더 기준점은 누가 정하나? 기준점의 비밀

기준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스포츠 베팅에서 오버/언더(Over/Under)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가르시아 결승포+돌아온 음바페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1-0 제압! 8강 안착

레알 마드리드(스페인)가 유벤투스(이탈리아)를 따돌리고 클럽월드컵 8강에 안착했다. 급성 위장염으로...

투수들이 잘 막아줬다 3안타 맹타 김현수 마운드에 승리 공 돌렸다

LG 트윈스가 적지 부산에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중 3연전 첫...

4연패 탈출 사자군단 이제 연승 간다 박진만 감독 팀에게 정말 중요한 날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